[여인선이 간다]재택환자의 마지막 희망…‘왕진 의사’

2022-07-14 161



[앵커]
자택에서 원격 비대면 진료까지 하는 요즘이지만, 의사가 환자를 마주하는 진료의 질을 따라올 수는 없겠죠.

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사지마비 환자나 독거노인들은 의료서비스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는데요.

이들을 위해 손가방을 들고 왕진을 다니는 동네 의사들이 있습니다.

제가 동행했습니다.

[기자]
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입니다.

[장현재 / 왕진 의사]
(여기는 언제부터 오셨어요?)
이 어르신 댁은 내가 개업할 때부터 아는 환자였으니까…IMF(외환 위기) 때 이 앞에서 개업하고 있었거든요. 이 동네 사람들은 다 가족처럼 지내지요.

"안녕하세요 어르신."

3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건강을 돌봐주는 사람은 왕진의사뿐입니다.

[현장음]
오늘 영양수액을 하나 놔드릴게요, 어르신.

[장현재 / 왕진 의사]
수액을 좀 놔드리면 확실히 생기가 돌고 어르신들이 아주 좋아하시죠.

[현장음]
선생님 요즘 입맛이 없으세요?
(입맛이 있다가 없다가 해.)
(요며칠 너무 더우셨죠?)
네. (에어컨은 없죠?)
없어. (얼마나 더웠어요.)

서울 화곡동 동네 의사의 방문진료에도 동행했습니다.

[정경헌 / 왕진 의사]
머리 위쪽은 괜찮고 팔다리를 다 못 쓰시는 분인데. 엄청난 욕창이 있어요. 욕창이 깊은 것도 깊은 건데 이게 감염이 되니까…

이 환자는 20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됐습니다.

욕창이 심하지만 병원비가 부담돼 보호자가 집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.

왕진의사는 환자 보호자의 마음 건강까지 살핍니다.

[정경헌 / 왕진 의사]
보호자 낙은 뭐가 있어요?

[환자 가족]
나도 낙이 없어요. 그래도 선생님이 오셔서 여러모로 도와주시니까 감사할 뿐이죠.

[환자 가족]
너무 잘해주시니까 진짜 친척 형제보다도 좋아요.

바쁜 진료실을 뒤로 하고 환자 1명 왕진하는 데 드는 시간은 한 시간이 넘습니다.

병원 경영을 생각하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, 더 많은 환자들이 의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합니다.

[정경헌 / 왕진 의사]
도움을 받으실 수 있는 게 많은데 잘 모르셔서. 지금 시범사업으로 해서 환자 부담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… 일반 환자들은 3만 7200원.

정부가 왕진 의료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지 3년이 넘었습니다.

전국 동네의원 3만 3000여 곳 중 참여하고 있는 곳은 530여 곳에 불과합니다.

[장현재 / 왕진 의사]
(의사들이) 조금 더 나서려면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. 의사들에게 나도 좀 해서 보람있는 의사가 되겠다는
생각을 많이 갖게 해주셔야. (진짜 보람이 있는 일이네요) 어휴, 쑥스럽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.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.

여인선이 간다 였습니다.


여인선 기자 insun@donga.com